세계일주나 장기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짐싸기’입니다. 무엇을 챙겨야 할지, 얼마나 가져가야 할지, 가벼운 짐으로도 불편하지 않게 여행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습니다. 짐은 단순히 물건의 무게가 아니라, 여행의 자유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장기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효율적인 짐싸기 원칙, 꼭 필요한 필수템, 그리고 실제 도움이 되는 패킹리스트를 중심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가벼운 배낭의 원칙 – 짐을 줄이는 것이 자유를 늘린다
장기여행의 핵심은 ‘가벼움’입니다. 처음에는 불안해서 이것저것 챙기지만, 결국 절반은 쓰지 않게 됩니다. 짐을 줄이는 첫 단계는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것’만 고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3-5-7 법칙’을 적용해보세요. 상의 3벌, 하의 2벌, 속옷 5벌, 그 외 필수품 7가지로 제한하는 방식입니다. 여행 중 세탁을 병행하면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배낭은 40~50리터 정도의 크기가 이상적입니다. 항공 기내 반입이 가능한 사이즈로, 이동 시 부담이 적습니다. 하드캐리어보다 백팩이 유연하고, 좁은 숙소나 장거리 이동에서도 효율적입니다. 배낭을 고를 때는 무게가 가볍고, 등판 통풍이 잘되는 제품을 추천합니다. 어깨끈의 쿠션감과 허리벨트 지지력도 중요합니다.
가벼운 배낭을 유지하려면 ‘겹치는 기능의 물건’을 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수건 대신 빠르게 마르는 마이크로화이버 타월을 사용하거나, 노트북 대신 태블릿을 활용하면 무게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여행 중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은 현지에서 조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하려 하기보다, 필요할 때 채워가는 유연함이 장기여행의 기본입니다.
마지막으로, 짐은 한 번에 싸서 끝내지 마세요. 최소 3번은 ‘줄이기 점검’을 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기본 짐을 싸는 단계, 두 번째는 다시 펼쳐서 필요 없는 물건을 제거하는 단계, 세 번째는 실제 들고 이동하면서 체감 무게를 점검하는 단계입니다. 이렇게 하면 불필요한 짐을 확실히 걸러낼 수 있습니다.
필수템 리스트 – 꼭 필요한 아이템만 뽑아내기
장기여행에는 모든 것이 필요해 보이지만, 실제로 꼭 필요한 물건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다음은 세계일주 여행자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하는 ‘실사용 필수템 리스트’입니다.
1. 전자기기 및 충전기 멀티 어댑터는 국가별 콘센트 규격이 다르기 때문에 필수입니다. USB-C 멀티포트 충전기를 하나 준비하면 스마트폰, 태블릿, 카메라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어 효율적입니다. 보조배터리(10,000mAh 이상)는 장시간 이동 시 꼭 필요합니다.
2. 의류 여행지의 기후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겹쳐 입을 수 있는 옷 위주로 챙기세요. 얇은 방수 자켓, 가벼운 패딩, 기능성 티셔츠가 가장 실용적입니다. 면 소재보다는 건조가 빠른 폴리에스터나 메리노울 소재를 추천합니다. 신발은 하나는 걷기 편한 워킹화, 하나는 슬리퍼 또는 샌들로 충분합니다.
3. 세면도구 및 위생용품 고체 샴푸와 고체 비누를 사용하면 액체 제한 규정을 피할 수 있고, 가벼우며 오래 갑니다. 칫솔, 치약, 손톱깎이, 수건, 휴지 정도만 챙기면 충분합니다. 여성 여행자의 경우 생리컵이나 재사용 가능한 위생용품을 고려하면 공간 절약과 환경 보호에 모두 도움이 됩니다.
4. 약품 기본 상비약(진통제, 소화제, 멀미약, 소독약)은 필수입니다. 현지 약국에서도 구매할 수 있지만, 처음 2주분 정도는 미리 준비해 두세요. 개인 복용약이 있다면 원래 포장 그대로 보관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5. 여행용품 지퍼백, 작은 자물쇠, 슬리핑백 라이너, 접이식 가방 등은 장기여행 중 유용하게 쓰입니다. 특히 지퍼백은 의류 정리, 음식 보관, 전자기기 방수 등 다용도로 활용 가능합니다. 슬리핑백 라이너는 게스트하우스나 야간 이동 시 위생 보호용으로 좋습니다.
6. 문서 및 카드 여권, 비자, 국제운전면허증, 여행자보험 서류 등은 스캔본을 클라우드에 저장해두세요. 비상용 카드 한 장은 따로 숨겨 보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최근에는 ‘와이즈(Wise)’나 ‘레볼루트(Revolut)’ 같은 다중통화 카드를 이용하면 해외 결제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패킹리스트 작성법 – 나만의 여행 시스템 만들기
패킹리스트는 단순히 짐 목록이 아니라, 여행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도구입니다. 출발 전 반드시 ‘목적지, 기간, 계절’을 기준으로 리스트를 작성하세요. 구글 시트나 노션을 활용하면 수정과 업데이트가 쉽고, 다음 여행에도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리스트를 만들 때는 카테고리별로 나누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의류’, ‘전자기기’, ‘세면도구’, ‘기타’로 구분하고, 각 항목 옆에 ‘필요 여부’, ‘무게’, ‘대체 가능성’을 표시해보세요. 이런 방식으로 시각적으로 관리하면 불필요한 항목을 쉽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짐을 싸는 순서도 중요합니다. 무거운 물건은 배낭 아래쪽, 자주 꺼내는 물건은 상단 또는 외부 포켓에 배치하세요. 무게 중심이 아래쪽으로 향하면 장시간 이동 시 피로가 줄어듭니다. 또한 압축팩이나 큐브 형태의 파우치를 사용하면 짐이 깔끔하게 정리되고, 필요한 물건을 빠르게 찾을 수 있습니다.
패킹리스트에는 ‘비상상황용 항목’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여분의 현금, 여권 사본, 긴급연락처, 간단한 비상식량(에너지바 등)을 따로 보관하면 돌발 상황에서도 대비가 가능합니다. 장기여행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늘 있기 때문에 ‘경량 비상백’을 따로 준비해두면 안심입니다.
짐싸기는 단순한 준비 과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여행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철학과도 같습니다. 가벼운 짐은 발걸음을 자유롭게 하고, 여백은 새로운 경험을 채울 공간을 만듭니다. 짐을 덜어내는 순간, 진짜 여행이 시작됩니다. 당신의 배낭이 가벼울수록 여행의 기억은 더 깊어질 것입니다.